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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⑧] 김희상 "회담 성사,김정은 살길 열어준 치명적 실수"

엘로힘목사최종문 2018. 3. 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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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⑧] 김희상 "회담 성사,김정은 살길 열어준 치명적 실수"

입력 : 2018.03.21 17:50 | 수정 : 2018.03.21 17:57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이 20일 서울 마포구 안보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20일 “북한의 핵·미사일은 명백히 적화 통일용”이라며 “북한 비핵화는 회담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유일한 해결책은 한반도의 자유 통일 뿐”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안보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의 성사 자체가 김정은에게 경제적으로 살길을 열어준 치명적 실수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이사장은 “한반도 남측에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북한 체제에 가장 본질적인 위협”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적화통일 외에는 항구적으로 체제를 유지할 길이 없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예술단 차원의 교류는 북한에 문화적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면서도 “하지만 북한 핵이 폐기되기 전까지는 1페니(penny), 쌀 한톨이라도 북한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의 한미 연합 훈련 축소는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에 동참할 수 있는 대북 방송이나 대북 전단 살포도 미리 포기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주한 미군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 견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한·미 동맹의 균열과 주한 미군 철수는 한국이 제2의 티베트가 되거나 김정은 밑에 귀속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 전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이 20일 서울 마포구 안보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국방부가 한미연합훈련 일정을 발표하면서 훈련 규모를 축소한게 아니라고 했다.

“명백하게 축소됐다. 아주 잘못된 것이다. 훈련 기간만 줄어든 게 아니라 미국 전략 자산이 안 오지 않나. 회담 전까지 ‘최대압박’을 하기로 했는데 이를 안 하게 된 것 자체가 북한에 혜택을 준거다. 대화 분위기가 시작되면서 북한은 이미 얻을 것을 많이 얻었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이 오는 것에 굉장히 긴장한다. 최고수뇌부의 생존이 달린 큰 문제기 때문이다. 북한은 모든 정책이 체제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왕조적 군사 독재체제다. 미국은 한국이 대북압박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의구심과 아쉬움을 갖고 있다. 한국에 와 있는 미국의 정보 당국자들은 최근 한국산 철강 등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도 그에 대한 불만이라고 말한다.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안보센터 선임연구원도 북한에 최대압박을 하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다 같이 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최대 압박으로 동참할 수 있는 수단은 대북 방송이나 대북전단 살포다. 김정은 체제 관련 이야기를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주기만 해도 굉장한 압박이 된다. 하지만 이런 대북 압박 수위가 낮아지는 것에 대해 미국은 매우 섭섭해했다.”

-대북방송이 ‘최대 압박’의 중요한 수단이었다는 말인가.

“우리는 대북방송 효과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초기에 북한은 우리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대북 전광판 방송을 꺼달라고 했다. 전광판만 끄면 뭐든 다 하겠다는 식이었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 장면을 전광판을 통해 내보냈고, 일기예보도 내보냈다.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이었던) 나를 포함해 꽤 많은 당국자들이 전광판을 끄는 데 반대했다. 나는 만약 이번에 전광판 방송을 그만두면 그다음엔 북한에 NLL을 양보해야 할거라고 했지만 결국 전광판 방송은 사라지게 됐다. 대북 방송, 대북 전단은 우리가 군사적이 아닌 방법으로 공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방법이다. 최근 대북방송 약화도 북한의 부담을 줄여줬을 것이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압박 카드를 김정은에게 서둘러 갖다바쳤다.”

-이런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나.

“미국이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를 품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이 저렇게까지 자신 있게 추진하니 한번 지켜보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최근 VOA(미국의 소리) 방송에서 미북 회담이 실패하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이 정상 회담을 하고 싶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한 것도, 녹음파일을 전달한 것도 아니지 않나. ‘김정은이 이렇게 말하더라’고 전한 것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용 실장에게 미북 회담 계획을 직접 발표하게 한 것은 (배려라기보다는) 만약 잘못될 경우 우리 정부가 책임지라는 뜻이 담겨 있다. 또 김정은 약속에는 체제보장, 군사적 위협 제거 같은 전제조건들이 달렸다. 그런데 우리 대표단이 백악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는 이 전제 조건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미북회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은 속기만 하는 ‘국제적 바보’가 될 것이고, 회담이 이뤄져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와 다르다’고 확인하면 오히려 (군사적) 우발 사태가 일어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평양의 북한 노동당 본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하고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대북 특사단이 방북 후 발표한 6개 합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6개 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CNN도 보도했지만, 북한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발전시켰다. 북한은 계속 이렇게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핵 동결한다, 폐기한다 해도 이미 기술은 남아있기 때문에 꾸준히 감시해야 한다. 또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라’고 했다. 한미 동맹을 해체하고 주한 미군은 나가라는 얘기다. 이건 절대 양보할 수 없다. 북한도 문제지만, 북한만이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태평양 건너 멀리 있지만, 중국은 압록강 건너 바로 붙어 있다. 주한미군이 있기 때문에 미·중간 전략적 균형이 유지된다. 그런데 주한미군이 나가면 한반도는 자연스럽게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아래 들어간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은 제2의 티베트가 되거나 김정은 밑에 가게 된다. 한국은 북한 아니면 중국 손에 떨어진다는 뜻이다. 북한은 체제안전을 보장해 줄 것도 요구했다. 그런데 오늘날 북한의 체제위기가 미국의 위협 때문인가. 아니다. 북한 체제 자체 모순 때문이고 이를 북한도 잘 알고 있다. 1992년 남북 고위급 군사 회담 때 내가 차석 대표로 참석했었는데, 김영철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김영철이 이번에 북한 특사단으로 왔다.

“1992년 남북 고위급회담 때 만났을 때 김영철은 1성 장군이었다. 회담의 기술을 아는, 어떻게 보면 야무진 사람이다. 그는 적화 통일을 위한 행동 대장, 적화 통일을 구상하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정부에서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해 논란이 있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김영철 책임이 당연하다. 자기 스스로도 ‘아니다’는 말을 안 했다. 반발을 예상하고서도 왜 무리해서 보냈겠나. 김영철이 아니면 안 될 일, 한국에 와서 할 일이 있었을 것이다.”

-북한을 다녀온 특사단은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본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수많은 국민들이 굶어 죽는 가운데 핵을 만들었다. 전 세계가 핵을 만들면 혼내줄 거라고 겁주는 중에도 핵을 만들었다. 현재 북한에게 핵은 북한 체제 정통성의 방증이자 권위의 상징이고 대외교섭력의 기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북한 핵만 폐기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 ’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싶어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의 사정에 정통한 고위당국자가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노 전 대통령이 ‘어허’하고 호통을 치면서 ‘온 세계가 북핵을 문제 삼고 있고 대한민국도 세계 속의 대한민국인데 북한이 핵을 만들고 있으면 도와주고 싶어도 절대 도와줄 수 없다. 핵만 폐기하면 발벗고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노 전 대통령도 북한의 핵 폐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뜻인가?

“앞으로 한반도에 6·25 같은 전쟁이 터졌을 때 미군 개입을 핵으로 막자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다. 북한이 2006년 핵실험을 했을 때 우리 언론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협상 카드로 핵실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북한은 명백히 적화통일을 위해 핵을 개발하는 것이다.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인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도 ‘적화통일의 원동력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자신도 작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핵·미사일은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만능열쇠라고 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북한으로서는 적화통일 외에는 항구적으로 체제를 유지할 길이 없다. 한반도 남측에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북한 체제에 가장 본질적인 위협이다.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주민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경제를 살리려면 체제를 바꾸고 개방해야 한다. 그런데 체제가 무너지지 않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사실은 김정일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김정일과 말이 통했던 우리 측 한 당국자가 김정일에게 ‘중국처럼 개방해야 산다’고 하니 김정일이 ‘박사 선생, 동구라파도 개방했지만 지도자가 살아남은 나라가 어디 있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이 20일 서울 마포구 안보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들 방법은 없나.

“이미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차례 회담을 했지만 실패했다. 햇볕정책도 6자회담도 다 실패했다. 브루스 베넷 연구원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스라엘처럼 폭격하든지,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든지 둘 중 하나뿐이다. 그 이외에는 백약이 무효다. 전략적 인내로는 북한이 겁먹을 리가 없다. 북한은 항상 불리하면 대화에 나왔고 해결되면 돌아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미북 정상 회담은 시기 상조’라고 한다.

“북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회담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또 미국 쪽 정보 당국자들은 미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굉장히 낮게 보고 있다. 트럼프가 평양을 가겠나, 아니면 김정은이 워싱턴을 오겠나. 버시바우 전 대사도 VOA와의 대담에서 가능성 자체를 낮게 봤다. 마이클 그린 부소장은 최근 국내의 한 매체에 보낸 기고문에서 미북 정상 회담의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회담이 불발될 가능성을 40%, 내용 없는 만남이 될 가능성을 40%, 돌파구를 찾은 척만 하다가 그만둘 가능성을 18%, 비핵화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단 2%로 봤다.”

-회담 성사는 긍정적으로 봐야 하지 않나.

“김정은에게 한 번 더 경제적으로 살 길을 열어주는 것은 틀림없다. 치명적인 실수다. 예전에 나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상 하나가 4500만 생명보다 더 중요하냐’고 비판한 적 있었다. 핵만 없앤다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미 핵을 만들 수 있는 기술, 시설들이 있으니 당장 비핵화를 한다 하더라도 북한 체제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생겼다. 핵 시설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세상에서 제일 정보 활동하기 어려운 건 북한’이라는 말이 있었다. 미국이 1990년대 말 평안북도 금창리에 대형 지하시설이 있고 핵 시설로 추정된다는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실사 조사 결과 이미 시설을 다 치운 것인지 핵 시설은 없었다. 남북 국방 장관 회담 당시 차석 대표로 참여하면서 만난 김영철이 ‘아무것도 없는 데서 뭐 하는 거냐. 대신에 우리가 챙길 건 좀 챙겼다’이렇게 말하더라. 불확실한 핵 시설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북한에 뭔가를 내줬던 것이다. 북한 핵이 폐기되기 전까지는 1달러, 1페니, 쌀 한톨이라도 들어가면 안 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지금 이뤄지는 대화가 과거 실수를 답습한다고 보나.

1990~2000년대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했을 때 북측 대표단에 환송 만찬을 해준 적 있다. 그때 북측에서 온 대표단 중 한명이 ‘우리가 통일하면 내가 김 선생을 봐줄 테니, 남측이 통일하면 김 선생이 우리를 봐달라’고 한 적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통일이 멀지 않았구나, 조금만 더 가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2002년도에 한국으로 넘어온 탈북자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랬다. 이 탈북자는 ‘1994년쯤 지방 출장을 가면 길거리에 굶어 죽은 시체가 즐비했다’고 했다. 행정 체제가 마비돼 있었다. 탈북자들은 ‘남조선이 그때 단호하게 했으면 김정일·김정은 독재 체제가 출범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체제가 흔들리다가 남쪽에서 돈이 들어와서 살았다고 했다. 당시 DJ 정부의 햇볕정책을 두고 국제 사회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김정일이 왼발을 내주면 왼발 닦아주고, 오른발 내면 오른발 닦아주는 것 아니냐는 조롱 섞인 얘기도 있었다.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이 아니라 구두닦기 정책(Shoeshine Policy)이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조선DB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는 ‘코피작전’ 얘기가 있었다. 최근 대화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군사 옵션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보나.

“가장 걱정되는 상황은 미북 회담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다. 만약 회담이 실패하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화파로 알려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경질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강경파로 알려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차기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것 역시 미국이 군사적 준비를 다 끝내 놓았다는 의미다. 전쟁 시뮬레이션(War Game)도 수없이 했을 것이다. 미국은 민간인 희생자가 많이 나오는 작전에 굉장히 큰 부담을 갖는다. 민간인 희생, 한국 피해가 작도록 하는 여러 시나리오를 짰을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한국에 피해 없이 전쟁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전쟁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나름대로 자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군사적 조치를 두려워 한다.

“미국과 북한이 전쟁 맞상대가 될 수 있나. 미국이 일방적으로 때리는 형태가 될 것이다. 북한 장사정포가 날아오겠지만 6·25때처럼 건물이 초가집도 아니고, 건물 유리창 깨질 정도의 화력이다. 북한 장사정포는 콘크리트벽도 못 부수는 수준이다. 북한이 핵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들도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우리나라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 때문에 벌벌 떤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나치게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어선 안된다. 웬만한 북한 위협은 지하철 안에만 들어가도 피할 수 있다.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뿐이다.”

-북한과 대화 국면에 들어서는 와중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도 변했다.

“미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시황제’ ‘현대판 차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 시진핑이 장기집권을 하게 됐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임기 6년의 대통령에 다시 당선됐다. 이들은 분명 한반도 안보에 개입하고 싶어한다. 미국이 과감한 조치를 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 전에는 미국이 북한 선제타격을 언급했고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평창 올림픽때 우리가 북측 인사들을 초청하면서 북한에 시간을 벌어줬다. 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오면서 북한은 시간을 또 벌었다. 게다가 분위기가 평화쪽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와서 미국이 군사 조치를 한다면 마치 침략자처럼 보일 것이다. 북한이 엄청 많은 것을 얻은 셈이다. 김정은은 운이 좋다. 시황제와 차르의 탄생과 함께 갑작스럽게 조성된 대화국면으로 북한에 좋은 조건이 갑자기 만들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만장일치로 주석에 재선출된 뒤, 왼손을 헌법에 올리고 오른손 주먹을 든 채 헌법 준수 선서를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이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가 당면한 위협은 북한의 핵·미사일이지만 큰 차원에서 보면 중국도 그에 못지않게 위협적이다. 미국은 장군들이 한국 상관을 똑같이 상관으로 예우하는 국가다. 세계 각국이 주권을 갖고 있고 모든 주권은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은 다르다. 중화사상은 중국이 가장 상위에 있고 나머지는 밑으로 생각하는 주종적 세계관이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그것을 이 시점에 되살리겠다는 뜻이다. 중국 역대 지도자들이 다 그랬지만 시진핑은 한반도에 대해 특히 그런 생각이 강하다.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옛날에 한국이 중국땅이었다’고 말한 것도 화나는 일이다. 그런데 그 이전에 시진핑 주석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도 한국의 사드 배치를 이야기하면서 ‘중국의 안보이익에 배치되니 철회해달라’고 말한 적 있다. 사드는 방어무기라는 것을 다 아는데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한국을 자기 땅으로 생각하는 방증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나.

“완벽한 해결방법은 자유 통일밖에 없다. 지난 2003년 당시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이었던 존 볼턴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당시 볼튼 전 차관은 ‘중국이 나서서 북핵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겠느냐’고 나에게 얘기했다. 북한이 핵을 만들면 한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까지 핵을 만들겠다고 나설 테니 중국이 막지 않겠느냐는 논리였다. 이렇게 미국은 중국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볼튼 전 차관은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고 나에게 반문했는데 ‘한반도 자유 통일 말고는 길이 없다’고 말해줬다. 그래서인지 볼튼 전 차관은 2015년부터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 자유 통일을 통해 푸는 길밖에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제는 과거 미국과는 달리 직접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강도 높은 제재 압박을 통해 이번에 그 기회가 왔다. 그런데 우리가 또 북한 정권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한반도 위기 상황과 별개로 우리 군은 병력을 감축하고 있다.

“통일은 궁극적으로 군사 통합으로 매듭지어진다. 독일도 그랬다. 우리도 우리 군대가 북한 군대를 장악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북한 급변사태가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화 작전이고, 안정화 작전에 성공하려면 민간인 100명당 20명의 군인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식으로만 계산해도 우리는 48만명의 현역 군인이 필요하며, 통일에 대비하려면 잘 훈련된 동원예비군을 포함해 150만명이 필요하다.”

-자주 국방을 해야한다며 연합사 해체와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의 대화가 떠오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럼즈펠드 전 장관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전 세계 어떤 국가도 혼자 싸울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말하더라.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국은 홀로 싸우지 못하고 동맹과 함께 싸운다는 취지였다. 당시 노 전 대통령도 럼즈펠드 전 장관의 얘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자주국방이라는 말을 내세워 한미 동맹을 흔들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는 것 같다.”

☞김희상 한 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 육사 24기 출신인 김 이사장은 수도군단장, 국방대학교 총장 등 군 주요보직을 역임했다. 미국 랜드(RAND)연구소, 중국사회과학원(CASS),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일본 방위연구소(NIDS)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는 국방비서관으로, 노무현 정부 때는 국방보좌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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