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위안부의 아픔    
尹외교, 유엔서 위안부 연설세계일보 | 입력 2014.03.04 19:53 | 수정 2014.03.04 23:03

브레이크 풀린 일본의 과거사 도발이 박근혜정부를 더욱 강도 높은 대응으로 내몰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당초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인권이사회에 직접 참석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지난 주말 전격 철회했었다. 당시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정부 대표의 급을 어느 정도로 높일지를 놓고 고민했으나 예년대로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지난달 방한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 전까지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한 마당에 외교수장이 직접 국제무대서 대일 공세를 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의 과거사 왜곡 행태 등을 비판한 만큼 인권이사회 대응은 장관 대신 다자외교조정관을 보내자는 의견에 힘이 실린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온건론은 지난 3일 외교부 심야회의에서 뒤집어졌다. 박 대통령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일본 정부 차원의 위안부 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 흔들기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문부과학성 부(副) 대신은 지난 3일 고노담화의 수정을 요구하는 일본유신회의 집회 인사말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날조된 사실'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의 언급은 사실상 고노담화를 수정하자는 일본유신회의 주장에 동조하고 응원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일본 내각의 부대신은 대신(장관), 정무관과 함께 각 부처의 '정무 3역'으로 불리는 정무직 고위 공무원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회견에서 "사쿠라다 부대신에게 전화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유의하기 바란다'고 했고, 사쿠라다 부대신은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파문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동맹국 미국의 입장을 생각해 한·일 갈등 수위를 조절하려던 우리 정부로서는 또 한번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일본은)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윤병세 장관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 장관의 참석 배경에 대해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요 안건으로 다뤄왔고 일본 정부에 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강력히 촉구해 왔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 정부가 아주 중요하게 취급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도 직접적으로 다뤄진 만큼 윤 장관도 그에 걸맞게 비중 있게 다룰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기간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약 50여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문제와 관련된 유엔 무대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수장이 직접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과 일본의 책임 문제를 거론하기로 함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동진 기자, 도쿄=김용출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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